빌 게이츠가 본 AI 전환기의 세 가지 위험과 대응책: 인간만을 위한 영역(Human Reserved)과 AI 토큰세 제안

빌 게이츠가 다시 AI를 이야기하는 이유

빌 게이츠(Bill Gates)가 자신의 블로그 Gates Notes에 AI 전환기를 다룬 긴 글을 올렸습니다. 요지는 한 문장으로 정리됩니다. AI는 지금까지 발명된 것 중 가장 강력한 평등화 장치가 되거나, 아니면 가장 심한 불평등의 원천이 될 텐데 어느 쪽이 될지는 앞으로 몇 년 사이의 선택에 달려 있고, 지금 세계는 그 선택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글의 부제도 "좋은 쪽이 나쁜 쪽을 넘어서게 하려면 계획이 필요합니다" 로 달려 있습니다.

게이츠는 자신의 시각이 어디에서 왔는지부터 설명합니다. 평생 가진 직업은 둘뿐인데, 하나는 Microsoft에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소프트웨어를 만든 일이고, 다른 하나는 2008년부터 전업으로 하고 있는 일, 곧 Microsoft에서 번 부를 더 건강하고 교육 수준이 높으며 공평한 세상을 만드는 데 돌려주는 일입니다. 열세 살에 컴퓨터를 처음 접했을 때 그를 사로잡은 것은 컴퓨터를 더 똑똑하게 만들어 당시로서는 사람만 할 수 있던 일을 시키는 아이디어였습니다. AI라는 용어는 그가 태어날 무렵부터 쓰였지만 기술이 의미 있게 진전한 것은 지난 10년뿐이며, 이제 처음으로 인간의 인지를 대체하고 심지어 능가할 수 있는 단계에 왔다는 것이 그의 진단입니다. 최선의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이 전환은 인류 역사상 가장 격동적인 시기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그는 봅니다.

게이츠가 글 전체에서 던지고 있는 질문은 두 가지입니다: 이 기술로 세상을 더 공정한 곳으로 만들면서 빈부 격차가 벌어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리고 AI가 만드는 해악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 그러니까 생계를 잃는 사람들과 자기 미래를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을 잃는 사람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입니다. 게이츠는 이 질문에 답하고 그 답에 따라 행동하는 일이 세계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적습니다. 세계가 올바른 조치를 취한다면 AI는 선한 힘이 되어 모두를 지금보다 나은 처지에 놓을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빌 게이츠가 이전(2023년)에 쓴 The risks of AI are real but manageable과 나란히 놓으면 온도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그 때의 제목은 '위험이 실재하지만 관리 가능하다'는 것이었고, 논지는 혁신이 통제해야 할 새로운 위험을 만들어 내는 일은 늘 있어 왔다는 쪽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글에서 게이츠는 관리 가능성을 전제하지 않습니다. 대신 "지도자와 전문가, 지역 사회가 이 과제에 충분히 대응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지 못하겠다"고 적고, AI 시대로 들어가는 진입을 완화할 계획이 아예 없다고 진단합니다. 이전에 작성했던 The Age of AI has begun이나 AI-powered agents are the future of computing 같은 글들이 기술의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면, 이번 글에서의 주요한 시각은 '제도와 정치' 쪽으로 옮겨 가 있습니다. 또한, 그는 앞으로 몇 달에 걸쳐 해악보다 이익이 커지도록 만들 방법을 더 내놓겠다고 예고합니다. 그래서 이 글은 결론이라기보다 앞으로 그가 어떤 의제를 다룰지 미리 펼쳐 놓은 목차에 가깝습니다.

마지막으로 게이츠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미리 밝혀 둡니다. 기술 산업에서 큰 이익을 얻었고, 포트폴리오를 분산했지만 여전히 재무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게이츠 재단(Gates Foundation) 이사장으로서 Microsoft를 비롯한 AI 기업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투자 수익은 모두 재단으로 흘러가 글로벌 불평등 해소에 쓰이지만, "이것이 내 시각을 흐리는지는 독자가 각자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입니다. 아래 정리한 내용은 이러한 전제를 염두에 두고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왜 이번 기술 전환은 과거와 다른가

게이츠는 AI의 충격을 과소평가하는 두 가지 이유를 먼저 반박하는 것으로 논의를 시작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모델이 여전히 실수를 한다는 점입니다. 얼마 전까지 간단한 스도쿠 하나 풀지 못하고 strawberry라는 단어에 들어간 R의 개수도 세지 못하던 모델이 인간의 인지를 대체한다는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게이츠의 답은 신뢰성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기 작업을 스스로 검증하고 개선하는 모델이 나오면서, 머지않아 많은 작업에서 사람보다 실질적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두 번째 이유는 과거 혁신에 빗댄 유추 자체가 오해를 부른다는 점입니다. PC가 등장했을 때 일하는 방식이 크게 바뀌기까지는 20년이 걸렸습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했고, 가격이 내려가야 했고, 사람들이 도구 사용법을 익혀 업무 프로세스에 녹여 넣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AI는 그 세 단계를 대부분 건너뜁니다. 이미 손에 있는 기기에서 돌아가고, 자연어를 쓰기 때문에 사람이 도구에 맞출 필요가 없으며, 사람을 교육할 때 쓰던 훈련 영상을 그대로 보고 배울 수 있습니다. 게이츠의 표현으로는 "우리가 AI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우리에게 적응한다" 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농업 일자리가 사무직으로 옮겨 간 전환과 비교하는 흔한 논법에 대해서도 게이츠는 두 가지가 다르다고 말합니다. 그 전환은 여러 세대에 걸쳐 천천히 진행됐고, 인간의 인지가 필요한 새 일자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번에는 기술이 인지 자체를 대신할 수 있고, 보고 듣고 말하고 추론(reasoning)하며 결국 물리적 작업까지 사람만큼 매끄럽게 해내게 되므로 한 산업에만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법률, 고객 서비스, 의료, 소프트웨어, 제조가 몇 세대가 아니라 10년 남짓한 기간에 동시에 타격을 받습니다. 새로운 일자리도 생기겠지만, 올바른 정책이 없으면 그 수는 지금 있는 일자리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는 단서가 붙습니다.

그러면서 게이츠는 AI 앞에서만 자신의 심경이 복잡하다고 적습니다. 평생 혁신이 더 빨리 일어나기를 바라 왔지만, AI에 대해서는 이익은 빨리 받고 문제는 최대한 미루고 싶은데 이익과 문제가 같은 시점에 도착하고 있다 고 적습니다. 준비할 시간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시간을 가장 적게 가진 사람이라는 지적도 함께 나옵니다. 봇으로 대체되는 회계 담당자, 시급 10달러짜리 로봇에게 일자리를 잃는 시급 20달러 노동자가 그가 든 예입니다.

한편 게이츠는 속도 조절이 가능하다면 자신도 지지하겠다고 밝힙니다. AI 발전을 전 세계적으로 늦출 신뢰할 만한 계획이 있다면 아마 찬성하겠지만, 지정학적 경제적 유인이 전속력을 밀어붙이고 있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그는 속도를 늦추는 쪽이 아니라 이익과 위험을 함께 이해하는 쪽으로 논의를 옮깁니다.

첫 번째 위험, 사라진 일자리는 경기 회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게이츠는 세 가지 위험을 꼽으면서 각각을 앞으로 별도의 글로 더 자세히 쓰겠다고 예고하고, 이 글에서는 짧게만 짚겠다고 밝힙니다. 첫 번째는 일자리입니다. 그는 1933년 대공황 시기 미국 실업률이 약 25%였고 이후 10년 가까이 두 자릿수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먼저 꺼냅니다. 그때는 수요와 투자, 성장이 돌아오면서 실업률도 회복됐습니다. AI가 그 수준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그 영향은 경기 순환과 함께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진단입니다. 가장 위험한 자리가 신입과 중간급이고,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대개 익히는 데 몇 년이 걸리는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이 진단을 뒷받침하는 실증 연구도 이미 나와 있습니다. 게이츠가 본문에서 인용한 스탠퍼드 디지털 이코노미 랩(Stanford Digital Economy Lab)의 Canaries in the Coal Mine 연구는 급여 처리 업체 ADP(Automatic Data Processing)의 고빈도 행정 데이터를 써서, 생성형 AI가 널리 채택된 뒤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의 22세에서 25세 노동자 고용이 상대적으로 16% 감소 했다고 보고합니다. 같은 기업 수준의 충격을 통제한 수치이고, 경력이 쌓인 노동자의 고용은 안정적으로 유지됐습니다. 조정이 임금이 아니라 고용 자체로 일어났다는 점, 그리고 AI가 노동을 보조(augment)하기보다 자동화(automate)하는 직군에 변화가 몰렸다는 점도 함께 관찰됐습니다. 저자는 Erik Brynjolfsson, Bharat Chandar, Ruyu Chen입니다.

게이츠는 이 흐름이 몇몇 산업에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영업과 고객 지원(온라인과 전화 모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법률 사무 보조가 먼저 영향을 받겠지만, 오늘날 훈련받은 인력이 필요한 대출 심사, 데이터 분석, 환자 분류 같은 업무로도 번져 간다는 것입니다. 다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처럼 비용이 내려가면서 새로운 수요가 생기는 영역도 있어서, 설계처럼 사람이 더 잘하는 작업이 남아 있는 한 순 일자리 감소는 다른 분야보다 작을 것으로 봅니다.

블루칼라 일자리도 예외가 아닙니다. 로봇은 AI만큼 진도가 나가지 않았지만 결국 비용이 크게 내려갈 것이고, 게이츠는 손재주 있는 로봇(dexterous robot)의 발전 속도를 미국 사람들이 잘 모른다고 지적합니다. 고급 연구의 상당 부분이 다른 나라, 주로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최근 화제가 된 어설프게 춤추는 로봇 영상 이 오히려 판단을 흐린다고 보고, 이번 10년이 끝나기 전에 건설과 접객업 같은 분야에서 로봇이 사람과 물리적 작업을 두고 경쟁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대목은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게이츠 개인의 관측이므로, 최근 공개된 Figure 03이나 Gemini Robotics 2 같은 실제 진행 상황과 대조해서 읽는 편이 좋겠습니다.

여기서 게이츠가 강조하는 것은 개별 기업의 선택이 아니라 시장의 압력입니다. 한 회사가 AI와 로봇을 도입해 절감한 비용으로 가격을 낮추면 경쟁사는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고, 기존 기업이 버티면 스타트업이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많은 사람이 다른 일자리로 옮겨 가겠지만 일을 잃고 재훈련을 받고 다시 일자리를 찾는 과정의 혼란은 상당할 것이고, 개입이 없다면 채택 속도는 계속 빨라지면서 좋은 일자리는 줄고 이익은 소수에게 쌓입니다.

특히 그가 걱정하는 대상은 젊은 층입니다. 이들은 신입 채용이 줄어든 노동 시장에 들어가야 하는데, 동시에 AI를 가장 활발하게 쓰는 집단이라 그 능력과 개선 속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AI에 부정적인 감정을 갖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게이츠는 적습니다. AI 사용자 인식에 관해서는 Anthropic이 8만여 명을 설문한 조사에서도 생산성 향상과 일자리 불안이 함께 커지는 양상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

노동자에게 가장 큰 전환점은 AI가 거의 오류 없는 결과물을 내놓는 시점입니다. 그렇게 되는 시점부터, AI는 사람의 확인 없이 독립적으로 기능할 수 있고, 기업에는 그렇게 하도록 놔둘 모든 경제적 유인이 생깁니다. 게이츠는 이 지점을 일과 소득, 경제적 안정을 바라보는 방식이 근본부터 바뀌는 자리로 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용은 대다수가 생활비를 마련하는 통로일 뿐 아니라 존엄과 사회적 연결의 핵심 원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미국 일부 지역에서 공장 폐쇄가 오피오이드 과다 복용 사망 증가에 기여한다는 연구를 언급하며, 비슷한 압력이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 모두에게 전국 규모로 가해지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고 씁니다.

게이츠가 던지는 질문은 이렇습니다: 고용을 중심으로 지어 올린 경제는 일하는 사람이 줄거나 많은 사람이 더 적은 시간만 일하게 될 때 어떻게 작동할 것인가. 게이츠는 이것을 경기 순환 같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경제가 조직된 방식 자체에 대한 구조적 도전(Structural Challenge) 이라고 규정합니다. AI가 만드는 번영을 모두가 나눠 가지려면 일자리 손실을 어떻게 줄일지 지금 생각해야 하고, 사람들이 이미 밀려나거나 불완전 고용 상태가 된 뒤에 움직이면 너무 늦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위험, 공격 비용이 방어 속도보다 빠르게 떨어진다

두 번째 위험은 AI의 악용입니다. 폭탄이나 생물무기, 컴퓨터 바이러스를 만드는 정보는 AI가 대중화되기 훨씬 전부터 온라인에 있었습니다. AI는 그 정보를 얻는 일뿐 아니라 실행에 옮기는 일까지 훨씬 쉽게 만듭니다. 기술이 거의 없는 범죄자도 개인, 기업, 정부라는 모든 규모의 표적을 노릴 수 있게 됩니다.

일상에서 가장 먼저 체감될 피해로 게이츠는 AI를 이용한 사기와 허위 정보, 딥페이크(deepfake), 감시를 꼽습니다. 그리고 사이버 공격에 대해서는 자신이 아는 가장 뛰어난 보안 전문가들이 앞으로 몇 년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합니다. 방어자가 모든 취약점을 메우는 속도보다 공격자가 새로운 능력을 얻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입니다. 게이츠는 이 비대칭의 원인을 정확히 짚습니다. "기업이 고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의 결함을 찾아 주는 바로 그 모델이, 범죄자가 그 결함을 악용하도록 도울 수도 있습니다." 공격에 필요한 자원은 크게 줄어들고 있는데, 그 능력을 선의의 사용과 분리해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AI 모델의 안전성 평가가 왜 계속 빈틈을 드러내는지는 엔비디아 모델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가 열거하는 취약한 인프라의 목록도 구체적입니다. 병원, 금융 기관, 상수도 시스템, 전력망, 정부 급여와 복지 지급 시스템입니다. 이런 기관이 공격당하면 손해를 보는 쪽은 기관이 아니라 환자와 고객, 수급자입니다. 생물 테러도 같은 구조입니다. AI가 신약과 백신 개발을 앞당기는 것과, 치명적인 신종 질병을 설계하기 쉽게 만드는 것은 같은 능력에서 나오고 둘을 떼어 놓기 어렵습니다.

여기까지가 힘이 별로 없던 쪽에 힘을 주는 위험이라면, 게이츠는 같은 도구가 이미 힘이 있는 쪽의 힘을 더 키우는 방향도 함께 지적합니다. 자율 무기(Autonomous Weapons)는 사람이 결정 과정에 개입하지 않고도 정부가 치명적 무력을 쓸 수 있게 만들고, 여론을 감시하고 조작하는 일은 더 쉽고 싸고 효과적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AI를 이용해 사람을 해치는 힘이 결국 사람이나 기관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입니다. AI 시스템 자체가 이미 설계자가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기술은 누구의 예상보다도 빠르게, 그리고 놀라운 방식으로 개선되고 있어서, 모델이 더 강력해지면 우리 이익에 반해 행동하기 시작하고 통제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주제는 다음 글에서 더 다루겠다고 예고했습니다. 모델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행동하는 문제는 Anthropic의 에이전틱 비정렬(Agentic Misalignment) 분석에서 구체적인 실험으로 다뤄진 적이 있습니다.

세 번째 위험, 늘 다정한 AI는 아이를 자라지 못하게 한다

세 번째 위험은 게이츠 개인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시애틀에서 자라던 시절 그는 자신과 비슷한 몇몇 남자아이 말고는 친구가 많지 않았고, 다양한 사람과 관계 맺는 사회성을 기르기까지 많은 노력과 어머니의 도움이 필요했다고 적습니다. 70세가 된 지금도 그때 배운 것에 기대고 있다면서, 만약 그 시절에 AI 동반자(AI Companion)가 있었다면 자신이 그만한 노력을 들이지 않았을 것 같다고 씁니다.

이유는 AI 동반자의 설계 자체에 있습니다. 이미 편안하게 느끼는 방식으로 말을 걸고, 안전지대 밖으로 밀어내지 않으며, 언제나 곁에 있고 절대 화내지 않습니다. 게이츠는 이 조합이 중독성을 만들고 사람과 부딪히며 배우는 교훈을 앗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근거는 아직 크지 않고 다소 엇갈립니다. 그럼에도 우려할 만한 신호는 있습니다. 게이츠가 인용한 스탠퍼드와 카네기 멜런 연구진의 The Rise of AI Companions 연구는 Character.AI를 쓰는 미국 성인 1,131명의 설문과 그중 237명의 실제 대화 기록 4,664세션(46만 4,687개 메시지)을 함께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두 단계로 이어집니다. 사회적 관계망이 작을수록 챗봇을 주로 동반자 용도로 쓴다고 답하는 경향이 있었고, 그렇게 답한 사람일수록 웰빙 수준이 낮았습니다. 사용이 더 무겁고 감정적으로 더 사적일수록 그 연관은 강해졌습니다.

젊은 층은 이 영향을 평생 안고 갈 수 있습니다. 게이츠는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의 The Anxious Generation에서 소셜 미디어를 두고 한 관찰이 AI에는 더욱 잘 들어맞는다며 다음 대목을 인용합니다.

"바람에 노출된 어린나무처럼, 작은 위험에 일상적으로 노출되며 자란 아이는 훨씬 큰 위험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는 어른이 됩니다. 반대로 보호된 온실에서 자란 아이는 성숙에 이르기도 전에 불안으로 무력해지기도 합니다."

"Like young trees exposed to wind, children who are routinely exposed to small risks grow up to become adults who can handle much larger risks without panicking. Conversely, children who are raised in a protected greenhouse sometimes become incapacitated by anxiety before they reach maturity."

이어서 게이츠는 한 문장을 덧붙입니다. "절대 당신을 언짢게 하지 않도록 설계된 AI 동반자야말로 크고 잘 보호된 온실입니다."

게이츠는 이 문제를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가 이미 만들어 온 피해의 연장선에서 봅니다. 강박적 사용, 수면 방해, 사이버 괴롭힘, 유해 콘텐츠 노출처럼 우리가 이제 겨우 이해하기 시작한 위험들이 있는데, AI는 그것들을 더 설득력 있고 빠져나오기 어렵게 만들어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 세대를 더 흘려보낸 뒤에 진지하게 다루기 시작해서는 안 된다고 적습니다.

각국의 대응도 정리해 두었습니다. 호주와 영국, 노르웨이가 아동 온라인 보호 조치를 도입하고 있고, 가장 멀리 간 곳은 중국입니다. 중국의 규정은 AI 동반자 앱을 폭넓게 제한하고, 정서적 의존을 조장하는 설계를 금지하며,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가상의 가족이나 연인 관계를 금지합니다.

교육에 미칠 영향도 세 번째 위험의 일부입니다. 게이츠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배울 수 있게 해 주는 바로 그 도구가 많은 사람을 덜 배우게 만들 수도 있다는 역설을 지적하며, AI를 많이 쓸수록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수준이 낮았고 그 효과가 젊은 층에서 더 강했다는 예비 조사를 인용합니다. Michael Gerlich가 학술지 Societies에 발표한 이 연구는 자가 보고 설문에 기반한 상관관계 분석이고 이후 정정 논문도 게재되었으므로, 게이츠 본인이 예비(Preliminary) 라고 표현한 것 이상으로 강하게 읽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AI 사용이 인지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싼 논쟁은 커뮤니티에서도 ChatGPT와 그 동료들은 인간의 지능에 해를 끼치고 있는가라는 글로 다룬 적이 있습니다.

게이츠가 이 대목에 무게를 싣는 이유는 시점 때문입니다. 지금은 인간이 비판적 사고 능력을 잃기에 가장 나쁜 시기라는 것입니다. 딥페이크와, 개인에게 맞춤형으로 만들어지는 허위 정보가 도는 시대에는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아닌지 가려내는 능력 자체가 필수적인 생활 기술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게이츠가 이 문제에서 선을 어디에 그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인정하는 대목도 함께 읽을 만합니다. AI가 사람과의 관계를 더 잘 맺는 법을 이해하도록 돕는 경우도 있고, 고립된 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에게는 바깥 세상과 이어지는 유일한 접점이 되어 없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가 요구하는 것은 특정한 선이 아니라, 어디에 긋든 그것이 우리의 결정이어야 하고 의도적으로 내려진 결정이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좋은 쪽으로 쓰면 아주 좋을 수 있다

기술 변화를 두고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단기에 바뀔 것은 과대평가하고 장기에 바뀔 것은 과소평가한다는 것입니다. 게이츠는 AI에서는 그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고, 위험을 세 가지로 정리한 뒤 반대편 오류도 같은 무게로 지적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AI의 상방만 보고 부정적 측면에 충분히 주목하지 않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실재하는 위험에만 집중하느라 잠재적 이익을 놓치는 반대의 실수를 저지른다는 것입니다. 그가 요구하는 것은 둘 다입니다. 최소화해야 할 해악에 대한 깊은 우려와, 모두를 위해 극대화했을 때의 긍정적 결과에 대한 근거 있는 낙관입니다.

여기에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AI가 생활을 편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사람들이 직접 느끼면 전환의 어려운 부분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공적 신뢰가 쌓입니다. 반대로 대부분의 사람에게 AI가 가장 먼저 한 일이 일자리를 없앤 것이라면, 이미 회의적이던 사람들은 AI 자체를 거부하게 됩니다. 그러면 이익을 전달하는 일 자체가 더 어려워집니다. 게이츠가 정부와 산업계, 그중에서도 의료 산업, 그리고 AI 기업이 지금부터 함께 일해야 한다고 적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이 글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영역은 다섯 갈래로 묶입니다.

과학 연구: 모든 과학 분야의 지식을 종합할 수 있는 능력 덕분에 AI는 청정에너지, 기후 변화, 식량, 질병 퇴치 같은 난제의 혁신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암 치료나 원자력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방대한 문헌을 탐색하고, 사람이 놓칠 패턴을 찾아내고, 어떤 실험이 가장 유망한지 판단하는 데 쓰입니다. 게이츠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그 결과 지능이 더는 제약 조건이 아니게 되면 작은 기업도 훨씬 큰 연구 예산을 가진 조직과 경쟁할 수 있다 는 점입니다.


의료: 미국의 많은 소규모 병원에는 생명이 위태로운 응급 상황에서 빠르게 진단할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습니다. AI는 그런 곳에서 심장마비를 제때 잡아내 한 가족이 감당하기 힘든 의료비를 피하게 할 수 있습니다. 게이츠가 든 사례는 Viz.ai로, 영상을 분석해 뇌졸중을 비롯한 응급 상황을 감지하고 의료팀의 환자 관리 협업을 돕습니다. 현재 미국 병원 약 2,000곳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1차 진료의가 더 나은 진단을 내리고 진료실 밖에서도 환자와 연결을 유지하는 데, 환자가 검사 결과와 복잡한 복약 일정을 이해하는 데도 쓰일 수 있습니다.


농업: 게이츠가 저소득 국가에서 AI의 효과가 가장 빨리 나타날 영역으로 꼽는 곳입니다. 대부분의 저소득 국가에서 농민은 신뢰할 만한 일기 예보도, 어떤 종자를 심을지, 작물과 가축을 병으로부터 어떻게 지킬지, 토양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조언도 받지 못합니다. 인구 증가와 기후 변화라는 조건까지 겹친 상황에서, AI를 쓰면 저소득 농민이 오늘날 가장 부유한 농민이 받는 것보다 나은 조언을 받고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전망입니다.


정부 서비스: 건강보험, 학자금 지원, 식품 지원을 신청하는 절차에 압도당한 가정을 만나 본 경험을 근거로 듭니다. 복잡한 관료적 서식 더미 앞에서 많은 사람이 포기하고 싶어졌다는 것입니다. AI는 이 과정을 크게 간소화해 필요한 도움이 더 빨리 닿게 하고 정부의 운영 효율도 높일 수 있습니다.


정신 건강과 교육: 대부분의 지역에는 상담사와 정신과 의사, 중독 전문가가 부족합니다. 적절한 프라이버시 보호 장치가 갖춰진다면 AI 도구가 경고 신호를 알아차리도록 돕고, 필요하면 근거 기반의 대처 전략을 제시하며 사람과 협업해 더 빠른 치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교육에서는 교사가 학생 한 명 또는 소그룹과 보내는 시간을 늘려 주고, 학급 전체가 어디서 막히는지 더 명확하게 보여 줍니다. 학생 쪽에서는 연구자들이 생산적 분투(Productive Struggle) 라 부르는 것, 즉 이해를 쌓아 올리는 인지적 노동을 보존하는 방식의 설계가 중요합니다. 게이츠가 제시한 형태는 이렇습니다. 새로운 개념을 처음 만날 때는 AI가 충실한 설명과 함께 질문과 답을 모두 제공하고, 나중에 이해도를 점검할 때는 답을 감춘 채 학생이 스스로 도달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 방향의 실제 시도로는 Learn Your Way 같은 프로젝트를 참고할 만합니다.

이 영역들을 합쳐 놓았을 때 일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게이츠가 이 절에서 가장 힘주어 쓰는 대목입니다. 생활은 더 쉬워지고 더 저렴해지며, 개인의 소득과 인맥에 덜 매이게 됩니다. 오늘날 비싼 전문가의 도움이나 큰 조직이 있어야 쓸 수 있는 능력을 개인과 소상공인이 손에 넣고, 장애가 있는 사람은 더 독립적으로 살 수 있게 되며,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노동자와 창업자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해낼 수 있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그가 가장 중요하다고 꼽은 것은 시간입니다. 서류 작업과 관료 절차, 믿을 만한 정보를 찾는 일, 남에게 맡길 돈이 없어 직접 해야 하는 일에 지금 쓰이고 있는 시간과 주의를 사람들에게 돌려준다는 것입니다. 하나씩 보면 사소해 보이지만 수백만 명의 삶에 곱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그는 적습니다. 필요할 때 좋은 조언을 받는 사람이 늘고, 자신이 만들고 싶은 삶에 집중할 자유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게이츠는 이 대목에서 조동사 하나를 강조합니다. 위 영역에서 핵심 단어는 "할 수 있다(Can)" 이며, AI는 모든 소득 수준의 사람들에게 삶을 개선해 줄 수 있지만 저절로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와 자선 부문이 강한 역할을 맡아야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시민과 저소득 국가가 온전한 수혜자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자신의 재단에 대한 계획도 함께 밝혔습니다. 게이츠 재단은 남은 2,000억 달러를 20년에 걸쳐 쓰기로 했고 그중 19년이 남아 있는데, AI가 HIV와 결핵, 말라리아, 영양실조에 대한 백신과 의약품 발견을 앞당기고 의료 인력과 환자가 그 도구를 쓰는 법을 익히도록 도와 목표 달성을 돕는다는 것입니다. 재단의 목표에는 2000년부터 2024년까지 이룬 것처럼 매년 사망하는 아동 수를 한 번 더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 포함됩니다. 그는 다음 달 Goalkeepers 연례 보고서에서 이 작업을 더 자세히 다루겠다고 예고하면서, AI 모델이 부유한 나라와 중간 소득 국가에서 흔한 언어뿐 아니라 재단이 활동하는 모든 나라의 언어로 제공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 고 밝혔습니다. OpenAI, Anthropic, Google, Microsoft를 비롯한 주요 AI 기업들이 이 작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쪽 사례로는 르완다 정부와 게이츠 재단, OpenAI가 함께 진행하는 보건 클리닉 프로젝트가 이미 공개되어 있습니다.

세계에는 계획이 필요하다

게이츠가 글의 후반부에서 가장 분명하게 말하는 것은 해법을 누가 만들어야 하는가입니다. 일부 AI 기업이 자기 기술이 제기한 문제의 해법을 제안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들이 이 일을 주도하리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그는 적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일부 쟁점은 그들의 전문 영역 밖이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런 문제를 결정하는 것은 그들의 역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해법은 선출직 공직자, 정책 입안자, 교육자, 보건 인력, 지방 공무원, 지역 사회 지도자가 참여하는 공적이고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수백만 명의 삶이 흔들릴 것이므로 전환을 견디게 해 줄 더 강하고 유연한 사회 안전망이 필요하고, 이미 지역 사회는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에너지와 물을 두고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해법이 없으면 일부 집단은 AI 개발과 배포를 아예 중단하라고 요구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입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게이츠가 종교 지도자의 역할을 명시적으로 요청한다는 점입니다. 기계가 우리보다 더 잘 생각할 수 있는 시대에 인간다움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인간이 무엇인지를 평생 고민해 온 사람들의 몫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교황 레오 14세(Leo XIV)의 AI 회칙 On Safeguarding the Human Person in the Time of Artificial Intelligence를 흥미롭게 읽었다며, 이 문헌이 앞으로 해야 할 작업의 튼튼한 토대를 놓는다고 평가합니다.

첫 번째 대응책, 전환을 관리할 새 제도

게이츠가 가장 중요하다고 못 박은 첫 번째 대응책은 AI를 다룰 국내적, 국제적 틀을 만드는 일입니다.

현재의 어떤 제도도 이렇게 빠르게 퍼지고 삶의 이렇게 많은 부분을 건드리는 기술을 다루도록 설계되지 않았으므로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규모를 가늠하기 위해 그는 9.11 이후 미국 정부가 겪은 개편을 예로 듭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개편이었지만, 그것은 국가 안보라는 단 하나의 기능 을 개선하기 위한 일이었습니다. AI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국가 안보뿐 아니라 고용, 교육, 조세, 에너지, 선거, 대기와 물, 공중 보건, 금융 시스템, 법 집행, 교통, 국유지, IT 시스템에 모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 영역들이 기존 관료제가 다루도록 설계되지 않은 방식으로 겹쳐 있다는 점입니다. 노동 부처는 노동 시장 교란은 이해해도 보안 위험은 이해하지 못하고, 기업 규제 기관은 시장 집중은 이해해도 AI가 아동과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냥 두면 각 기관은 시스템의 한 부분만 보게 되는데, AI의 결과는 시스템 전체를 가로질러 퍼집니다. 그래서 국가 차원에서는 여러 부처를 가로질러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합니다. 목표는 어떤 위험도 빠뜨리지 않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것을 막는 것이 자기 일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AI 기반 공격이 성공하는 일이 생깁니다.

그러나 국가가 자국 문제를 정리해도 국경을 넘는 위험에는 여전히 노출됩니다. 그래서 국제 기구를 병행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게이츠의 주장입니다. 그가 제시하는 참조 모델은 세 가지입니다. 핵무기 사찰 체제, 국제 항공 규제, 그리고 오존층을 보호하는 협정입니다. AI를 위한 새로운 국제 기구는 이 셋의 요소를 모두 가지고 그 이상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국제 합의를 통해 초지능 경쟁을 늦추는 시나리오는 커뮤니티에서도 AI 2040 플랜 A라는 글로 소개된 바 있습니다.

게이츠 본인도 이 과제가 현실적인지 의심할 만하다고 인정합니다. 정부는 움직일 때조차 느리게 움직이고, 국가 내부와 국가 사이의 양극화는 그 어느 때보다 일을 어렵게 만들며, 미국과 중국 사이의 협력도 어느 정도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천천히 갈 여유는 없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시작할 지점은 교란이 정부를 위기 대응 모드로 밀어 넣기 전에 올바른 제도를 만드는 절차를 세우는 일이고, 각국 지도자는 경제학자와 기술자, 노동 전문가, 기업 지도자, 그리고 노동자 자신을 정기적으로 불러 모아 기존 제도가 어디서 실패하고 있고 어떤 새 권한이 필요한지 파악해야 합니다. 각국은 서로에게서 배워야 하고, 특히 주요 AI 개발사를 보유하고 공급망의 핵심 부분을 통제하는 국가들은 경쟁 압력이 협력을 더 어렵게 만들기 전에 지금부터 만나 공유 규범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틀을 짓는 데는 수년이 걸릴 것이고, 그래서 지금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이 절의 결론입니다.

두 번째 대응책, 인간에게만 남겨 두는 영역: 'Human Reserved'

두 번째 대응책의 이름은 게이츠가 최근 쓰기 시작했다고 밝힌 표현입니다.

그는 2020년 알츠하이머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 이야기로 이 절을 엽니다. 병이 깊어진 뒤 아버지는 밤낮으로 유급 간병인들의 돌봄을 받았는데, 그들은 아버지가 자신을 표현하기 힘들어할 때조차 그를 이해했습니다. 배가 고프다는 말을 늘 하지는 못했지만 간병인들은 언제나 알아차렸습니다. 게이츠는 그 돌봄 안에 있던 무언가는 대체 불가능하게 인간적이었으며, "어떤 로봇도 할 수 없었을 것이고 해서도 안 되었을 일" 이라고 적습니다.

여기서 나온 것이 인간 전용 영역(Human Reserved) 이라는 개념입니다. AI와 로봇이 나아지더라도 어떤 일들은 오직 사람만 하도록 따로 떼어 놓자는 것입니다. 게이츠는 이것을 확정된 해법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고려해야 할 종류의 아이디어를 보여 주는 하나의 예로 내놓습니다. 이 이름이 자연 보호구역을 떠올리게 해서 마음에 든다고도 밝힙니다. 건물을 세우고 길을 낼 수 있지만 잃는 것이 너무 커서 그러지 않기로 선택한 땅이라는 뜻에서입니다.

그가 생각하는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먼저 경제적 이유입니다. 특정 역할을 기계가 가져가면 쉽게 직업을 바꿀 수 없는 많은 사람이 밀려나기 때문입니다. 게이츠가 든 예는 이렇습니다. 평생 건설 현장에서 일한 55세에게 이제부터 요양 시설에서 일하라고 말하면서 그 일에서 보람을 찾으리라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경제 외적인 이유입니다. 의료 현장에서 로봇이 불치병 진단을 통보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면, 기술적으로 못 할 이유는 없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남습니다.

이 영역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진화합니다. 게이츠는 지금 일부 직업을 떼어 놓은 뒤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AI를 천천히 들이면서 일부 일자리를 보존하겠다는 약속을 함께 두는 방식을 제안합니다. 교육과 정신 건강 돌봄처럼 사람이 책임을 지고 기술로 자신의 역량을 확장하는 혼합형이 되는 영역도 있을 것으로 봅니다. 선은 지역마다 다르게 그어집니다. 어떤 나라는 노인 돌봄을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노동 인구가 줄고 노인을 돌볼 젊은 층이 부족한 일본 같은 나라는 돌봄 로봇을 반길 수 있습니다.

게이츠는 이 개념이 자신도 답을 갖지 못한 질문들을 잔뜩 불러온다고 인정하면서, 그 질문들을 그대로 나열합니다.

무엇을 인간에게 남길지는 누가 결정하는가? 어떤 기준을 써야 하는가? 기업이 몰래 로봇을 쓰는 것을 어떻게 막는가? 한 나라는 로봇이 물건을 만들도록 허용하고 다른 나라는 그러지 않을 때 국제 무역은 어떻게 되는가?

그는 이 질문들이 전환 계획의 일부로 공개적인 자리에서 풀려야 한다고 적습니다.

세 번째 대응책, 노동과 자본의 세금 균형 재조정

세 번째 대응책은 조세입니다. 논리는 단순한 재정 산수에서 출발합니다. 노동자가 다른 일자리로 밀려나면 재훈련과 사회 안전망 지원이 필요해지는데, 정작 그들이 일을 덜 하게 되므로 소득세를 덜 내게 되고, 서비스 수요가 가장 클 때 정부 세수는 오히려 줄어듭니다. 재원은 어딘가에서 나와야 합니다.

여기에 대한 게이츠의 제안은 AI 토큰(Token)과 로봇에 세금을 매기자는 것입니다. 그가 지적하는 현재 세제의 기울기는 이렇습니다. 고용주가 사람을 채용하면 그 사람의 소득에 대해 급여세를 냅니다. 그런데 로봇을 사면 대개 사업 비용으로 즉시 처리해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세제가 사람을 기계로 대체하는 쪽으로 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 세금의 목적은 대체를 막는 것이 아니라 속도를 조금 늦추면서 재훈련과 더 튼튼한 안전망의 재원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의약품과 교육을 더 싸게 만드는 것처럼 순수하게 이로운 용도까지 늦추지 않도록 대상을 정교하게 좁혀야 한다고 단서를 답니다.

효율성을 근거로 한 비판에 대해서는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이 아이디어가 경제학적 의미에서 최적으로 효율적이지 않다는 지적은 맞지만, 그 비판은 개인과 사회에 대해 일이 갖는 더 넓은 가치를 계산에 넣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가속될 혁신을 감안하면 사람들을 계속 고용하는 대가로 약간의 비효율은 감당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는 수년 전에도 로봇세를 제안했고 당시 반응은 대부분 이상한 발상이라는 것이었다면서, 여전히 이 아이디어의 강력한 지지자라고 밝힙니다. 다만 이것이 AI가 제기하는 위협에 대한 해법 전체는 아니고 현명한 대응의 일부일 뿐이라는 단서도 스스로 답니다. AI가 만들 경제적 충격을 다룬 논의는 커뮤니티에서도 Anthropic Economic Index 같은 조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든 그 돈은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닿아야 한다는 것이 마지막 조건입니다. AI와 로봇에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 근로 시간이나 임금이 줄어든 사람, 그리고 그 손실이 집중된 지역 사회입니다. 게이츠는 필요가 절박해졌을 때 시스템이 이미 준비되어 있으려면 지금 그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적습니다.

게이츠 본인이 하겠다는 일과 남긴 네 가지 질문

글의 마지막 절에서 게이츠는 자신이 무엇을 할지 밝힙니다. 목소리와 시간을 써서 AI와 형평성을 공적 의제의 우선순위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워싱턴 D.C.를 방문할 때마다, 그리고 세계 각국 지도자를 만날 때마다 이 문제를 제기하고, AI 모델을 개발하는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이 문제를 앞에 놓겠다고 했습니다. 앞서 설명한 국가적 국제적 틀을 옹호하고, 게이츠 재단은 아프리카를 포함해 이로운 활용을 이끌며, 자신이 설립한 Breakthrough Energy는 AI로 기업들이 저렴한 청정에너지를 개발하고 기후 문제를 푸는 것을 돕겠다는 계획입니다. AI에 대해서도 정기적으로 글을 쓰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지도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이렇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지금 행동할 기회가 있습니다. 실업률이 급격히 오르고 지역 사회가 고통받고 공적 신뢰가 무너지기 전에 말입니다. 여러분은 정부가 이 문제를 여러 관료적 영지로 쪼개는 대신 총체적으로 다루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AI가 모두에게 혜택을 주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정부들과 협력해 이 국가적 세계적 과제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논의에 참여하는 사람의 범위를 넓히겠다고 적습니다. 노동자, 곧 노동 시장에 진입할 대학생, 지역 사회 지도자, 종교 지도자와 신앙 기반 단체, 부모, 교육자, 그리고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지만 이 전환이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통찰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네 가지 질문을 남깁니다.

부와 영향력, 접근성을 이미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AI의 혜택이 닿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회 안전망을 어떻게 강화하고, 밀려난 노동자와 지역 사회가 그럼에도 잘 살아가도록 어떻게 도울 것인가?

공공 제도는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가?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의 인간다움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마무리 문단에서 그는 "전례 없는 기술은 전례 없는 세계적 대응을 요구한다" 고 적습니다. 제대로 해낸다면 인류가 얻을 보상은 대단할 것이고 세상은 더 공평한 곳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덧붙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AI 생각을 멈추는 일이 거의 없다고 말하면서, 그 이유가 답을 다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이 기술이 제기하는 질문들이 소수의 기술자에게 맡겨 두기에는 너무 중대하기 때문이라고 적으며 글을 닫습니다. 학계와 산업, 정부, 시민 사회의 지도자 모두가 다음에 올 것을 만드는 데 역할을 갖고 있다는 문장이 마지막 줄입니다.

AI 개발자와 연구자에게 남는 것

게이츠의 글은 대부분 정책 논평에 대한 내용이지만, 모델을 만들고 다루는 입장에서 읽으면 몇 가지가 다르게 보입니다:

첫째, 게이츠가 노동 시장의 진짜 변곡점으로 지목한 지점이 신뢰성 입니다. 그는 AI가 거의 오류 없는 결과물을 내놓는 순간, 즉 사람이 중간에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부터 기업의 유인 구조가 완전히 바뀐다고 봅니다. 이 프레이밍을 받아들이면 평가(Evaluation)와 검증, 자기 검증 루프에 관한 연구는 순수한 성능 문제가 아니라 고용 구조를 직접 건드리는 문제가 됩니다. 어떤 작업에서 어느 정도의 신뢰성이 HITL(Human-in-the-Loop을 없애기에 충분한지를 측정하는 일이 그만큼 중요해집니다.

둘째, 공격과 방어의 비대칭은 이중 용도(Dual-use)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직접 걸립니다. 취약점을 찾는 능력과 악용하는 능력이 같은 모델 능력에서 나오고 아직 이를 분리하지 못한다는 게이츠의 진단은, 능력 자체를 제한하는 접근보다 접근 통제와 사용 맥락 기반의 방어가 왜 계속 논의되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셋째, '인간 전용 구역(Human Reserved)'은 정책적 개념이면서 동시에 제품 설계 문제입니다. '사람을 대체할 것인가, 아니면 확장할 것인가'는 대부분 모델 능력이 아니라 인터페이스와 워크플로우 설계에서 결정됩니다. Canaries in the Coal Mine 연구가 자동화(automate) 성격의 직군에서만 고용 감소가 관찰됐고 보조(augment) 성격의 직군에서는 그렇지 않았다고 보고한 것도 같은 이야기입니다.

넷째, 언어 커버리지 문제는 한국어 사용자에게도 남의 일이 아닙니다. 게이츠 재단이 다음 달 Goalkeepers 보고서에서 다루겠다고 한 항목이 정확히 이것입니다. 부유한 나라와 중간 소득 국가에서 흔한 언어에서만 모델이 잘 작동하면, 그 격차 자체가 게이츠가 말한 불평등의 형태 중 하나가 됩니다.

반대로 이 글에서 근거가 얇은 부분도 있습니다. 손재주 로봇의 발전 속도에 대한 예측은 구체적 근거 없이 제시되었고, 비판적 사고에 관한 조사는 자가 보고 설문 기반의 상관관계 연구여서 인과를 말하기 어렵습니다. 게이츠 자신도 이 두 대목에서는 단정 대신 관측과 예비라는 표현을 씁니다. 정책 제안 부분과 실증 근거 부분을 구분해서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scroll: The turbulent AI era is here. The choices we make now are critical. 소개 블로그

https://www.gatesnotes.com/work/make-ai-work-for-everyone/reader/a-turbulent-ai-era-and-critical-choices-to-make

:house: Gates Notes, Make AI work for everyone

https://www.gatesnotes.com/work/make-ai-work-for-everyone

:page_facing_up: Canaries in the Coal Mine, 생성형 AI의 초기 고용 효과 연구

:page_facing_up: The Rise of AI Companions, AI 동반자 사용과 심리적 웰빙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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